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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과 SK의 멘탈, 무엇이 달랐을까? - 1등과 2등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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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세봄정신과
댓글 0건 조회 1,790회 작성일 20-11-0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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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과 SK의 멘탈, 무엇이 달랐을까? - 1등과 2등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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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픽사베이 



지키려는 1등과 추격하는 2등의 심리


두산의 역전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난 8월 15일 기준으로 두산은 3위였다.
1위 SK와는 무려 9게임 차이가 났었다.
프로야구 현장에서는 3게임 차를 뒤집으려면 최소한 한 달이 걸린다고들 한다.
30경기를 남겨두고 9경기 차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두산이 21승 9패를 하는 동안 SK는 12승 18패를 했어야만 한다.
두산이 7할 승률을 거두는 것보다 SK가 4할 승률에 그친다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다.
전문가는 물론이고 두산팬들 중에서라도 역전 우승을 예상한 이가 한 명이라도 있었을까?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벌어졌다.

두산이 잘한 것 이상으로 SK가 스스로 무너진 탓이 크다. 
멘탈이 흔들릴 때 확률은 때로 무의미한 것이 된다.
2000년대 이후 정규시즌 1위가 한국시리즈 최종우승을 못한 경우는 딱 3번이었다.
최종우승의 주인공은 2001년과 2015년의 두산, 그리고 작년의 SK였다.
고작 15%의 확률인데, 원래는 그 수혜자였던 두산이 작년엔 오히려 피해자가 된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2018년의 두산은 93승 51패로 2등과 14.5게임 차이가 나는 역대급 1등이었다.
‘어차피 우승은 두산’이라는 말이 유행될 만큼 결과가 뻔해 보이던 한국시리즈에서 SK는 4승 2패로 우승한다.

1년 내내 압도적 1등을 지켜오다 마지막 일주일 만에 모든 게 무너져 버리는 허탈한 경험.
올해 완전히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고 이번엔 반대로 두산이 승자였다.
작년에 트라우마가 채 가시지 않았을 상황에서 올해 훨씬 더 강해진 SK를 상대로 역전을 이뤄낸 사실은 참으로 놀랍다.
특히 10월 1일 NC와의 최종전 8회 말, 5대 2로 불리한 상황에서 투아웃 이후에 기어이 3점 차를 따라잡는 근성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웠다.

지금에야 두산이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등 절대 강자의 느낌이 있지만 사실 5년 전까지만 해도 두산은 만년 2등 이미지가 더 강했다.
2007~2010에는 김성근 감독의 SK에 번번이 좌절했고, 2011~2014년 삼성왕조 시절에도 항상 눈물 흘리던 이인자였다. 
2015년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터진 도박파문이 없었다면 두산의 우승은 훨씬 미뤄졌을지도 모른다.
 

1등을 계속해서 지키던 사람이 맹렬한 추격을 받을 때 그의 뇌는 불안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이 우세하게 되는데 초조해지고 집중력이 저하된다.
반대로 1등은 기대하지도 않던 2등에게 역전 우승의 기회가 생긴다면 그의 뇌는 도파민을 가득하게 된다.
흥분과 기대감으로 보상회로가 항진되어 평소보다 훨씬 활력적이고 공격적으로 되는 것이다.
1년 내내 지켜오던 1등의 자리를 며칠 만에 내주게 될 위기에 처한 1등은 의욕보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이를 지켜보는 2등은 역전이라는 목표가 눈앞에 있는 데다, 1등이 어느 때보다 취약해진 상태라는 설정은 동기의식에 불을 지피는 환경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약자를 응원하는 언더독 효과와 1등의 뻔한 독주보다는 대역전을 기대하는 군중심리도 두산의 경기력에 정신적으로 큰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정말 낮은 확률을 뚫고 로또 같은 우승을 한 두산이 주의할 점은 도전자의 동기의식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파민이 과다하게 분출된 후에는 필연적으로 에너지의 공백이 생기고 텐션이 저하되는 시기가 온다.
만약 휴식기 동안 필요 이상으로 기쁨에 안주하고 취한다면 작년과 똑같은 실패를 할 수도 있다.

반대로 SK에게 필요한 것은 망각과 회복이다.
지금 분위기에 휩쓸리면 팀 전체가 우울증과 무기력에 빠지게 된다.
빨리 잊고 다음으로 넘어가지 못하면 플레이오프 승부도 쉽지 않다.
1년 농사를 실패할 위기에 처한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책하지 말고 내일의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어차피 우승은 코리안 시리즈에서 결판이 나는 것이다.
플레이오프 과정을 거치더라도 한국시리즈에서 50대 50으로 비등하게 싸울 수 있다는 것을 바로 지난해 자신들이 증명하지 않았던가.
2019년 SK의 가장 필요한 선생이자 롤모델은 바로 2018년 SK임을 떠올리기만 한다면 그들은 여전히 강팀이며 우승 확률이 매우 높은 팀이다. 
 

타임아웃이 없다는 점이야말로 야구의 진정한 매력이다.
경기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에 9회 말 쓰리아웃 전까지 어떤 변수와 기적이든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은 멘탈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하게 한다.
어쩌면 야구는 인생과 무척 닮아있기에, 우리가 이토록 야구를 사랑하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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