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와 부모의 선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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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와 부모의 선입관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ADHD), 주의력 결핍/과다 행동 장애는 언젠가부터 대한민국 부모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습니다. 언론과 방송에서 ADHD에 대해 하루가 멀다 하고 과다한 정보를 토해냈고 사람들은 더 불안해졌습니다. 과다하고 무분별한, 비전문적인 정보까지 뒤섞여 노출되면서 우리는 더 예민해졌는데, 사실 ADHD는 생각보다 상당히 진단하기 어렵고 흔치 않은 질환입니다.
“도저히 한 곳에 가만히 있지를 못해요.”
“계속해서 뛰어다녀요. 의자에 앉혀놔도 팔다리를 자꾸 흔들어대요.”
“물건을 계속 잃어버려요, 여러 번 주의를 줘도 똑같아요.”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치우지도 않고 새 걸 꺼내고, 바닥이 난장판이 돼요.”
주의력 결핍-과잉 행동장애는 주의산만과 충동성, 행동의 과다를 보이는 증상으로 초기 아동기, 만 4~6세에 많으며 여자보단 남자아이에게서 훨씬 더 많습니다.
ADHD는 분명 치료가 필요한 증상이지만 진단을 너무 서둘러서는 안 됩니다. 자연적으로 치유될 가능성이 있기에 너무 어린 나이에서는 섣부른 진단과 약물치료보다 기다릴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초등학생 중 13%가 ADHD에 해당되는 증상을 보인적이 있었지만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중학생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좋아졌습니다.
모든 정신과 진단 중에서 더 빨리 진단받으려고 애쓰는 병은 ADHD가 유일합니다. 그것은 아마 '혹시 우리 애가 다른 아이들에게 뒤처지면 어쩌지?' 하는 부모의 조급함 때문일 겁니다.
ADHD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단순 집중력이 아니라, 전두엽의 기능, 즉 집중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 충동을 잘 참고 견디는 능력이 있느냐에 있습니다. 과제가 주어졌을 때 아이의 주의력과 그 지속시간, 정도, 각성도, 과잉행동과 충동성에 대한 억제력 등을 다방면으로 신중하게 검사하고 이를 수차례 반복 평가한 뒤에야 비로소 ADHD를 진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인터넷을 보니 우리 애는 ADHD가 거의 확실해요.’
학교 선생님이나 이웃집 부모들에게 딱 한두 번 지적을 받고 불안해서 오신 분들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평가나 시선에 지나치게 휘둘릴게 아니라 우리 아이가 어느 상황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는지를 차분하게 체크해보아야 합니다. 유치원생과 중학생의 집중력을 단순 비교할 수 없듯이,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 있을 때, 소풍 전날일 때, 내일이 중간고사일 때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하물며 어린이집 아이에게는 훨씬 너그러운 기준으로 생각해야겠지요.
1. 책상 앞에 20분도 못 앉아 있고 티브이나 스마트폰만 보는데 이게 ADHD 아닌가요?
아닙니다. 우선 부모의 관심사와 아이의 관심사가 다를 수 있다는 것부터 인정하셔야 합니다. 아이한테는 숙제나 책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한 고민이나 관심사가 있을 수 있지요. 뽀로로나 방탄 소년단이라든가, 친구들과의 관계라든지 말이지요. 정말 자기가 좋아해서 집중하려 애쓰는 일인데도 주의력이 떨어지고, 반복해서 문제가 생길 때 고민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성적이 나쁘다고, 수업태도가 산만하다고 무조건 ADHD가 아닙니다.
심지어 또래보다 말을 배우는 게 느리다며, 구구단을 못 외운다며 서둘러 병원에 오시는 부모님들. 절대 조급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대부분 일시적인 현상일 경우가 많고 이럴 때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문제가 있는 건 오히려 아이가 아닌 부모들입니다.
2. 사회적 관계를 잘 유지하고 화를 잘 참을 수 있는가?
‘장난감을 뺏고 친구를 때려요, 수업시간에 자꾸 일어나서 선생님을 힘들게 해요.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해요.’
7세 이하의 아이들은 관심의 표현이나 호감의 전달방법에 대해 아직 세련되게 알지 못합니다. 또한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났을 때 참는 법에 대해서도 아직 서툽니다. 자신의 욕구나 충동 분노 등을 억제하는 능력이 성인에 비해 훨씬 떨어지며 발달을 통해 자연스레 그 방식을 배우게 됩니다. 아직 어려서 익숙하지 못한 것을 ADHD 증상으로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선생님이 좋아서 혹은 친구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싶은 욕심에 수업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걱정이 너무 많거나 부담이 되어서 불안해서 자기도 모르게 불쑥 예측하기 못한 말이나 행동이 튀어나와 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일이 몇 번 정도 있었다고 ADHD를 섣불리 진단해서는 안됩니다. 너무도 당연한 질문을 정신과 의사에게 억지로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해야 합니다.
“왜 그랬니?” 하고 말이지요.
실제로 그 이유를 들어보면 '아, 이래서 이랬구나.' 하고 납득이 가시는 일이 훨씬 더 많을 겁니다.
3. 인터넷 검사나 간단한 설문지만으로는 ADHD를 확실히 진단할 수 없다.
집중력에 대한 설문지를 한 번이라도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검사자 중 반이상이 집중력에 문제가 있다고 나옵니다. 임상검사들은 기본적으로 위음성(false negative : 실제 병이 있는데 없다고 진단하는 것)의 실수로 범하지 않는 것을 기본목표로 하기 때문에 실제보다 많은 사람이 문제가 있다고 결과가 나옵니다. 1차적인 screening test(선별 검사)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설문지나 테스트 결과에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가 아닌 부모님들이 검사를 하신다고 해도 집중력에 문제가 있다고 나오는 경우가 더 많을 겁니다.
병원에 ADHD를 의심해서 찾아오는 아이들 중 많은 경우가 사실 ADHD가 아닌 일시적인 불안장애이거나 적응장애, 우울증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또한 ADHD가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는 2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성장하면서 적응되고 치유가 됩니다.
저는 주의력 결핍 장애라는 이름 안에 벌써 많은 오해와 선입관이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ADHD는 장애가 아닙니다. 장애의 사전적 의미는 심리적 신체적 구조의 문제로 인해 정상적인 삶이나 사회활동에 한계가 오는 것을 말합니다. 많은 어머니들이 말하는 ADHD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성적이 떨어져요,” “친구들이랑 자주 다퉈요.” 등입니다.
자 어머님, 아버님들. 학창 시절에 성적이 떨어지거나 친구들과 다툰 적이 한 번도 없으셨는지요. 반에서 꼴찌 하는 학생은 말기 ADHD 환자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정말 다양한 아이들이 있지요. 튀는 아이, 소심한 아이, 춤꾼, 의젓한 아이, 수학을 잘하거나 축구를 잘하는 아이 등등... 수천 가지 모습이 저마다 다르듯이 뇌의 발달과 성숙도 저마다 제각각이기 마련입니다. 만약 ADHD 진단이 남발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들은 아마 전부 다 ADHD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약을 먹을 겁니다. 노홍철이나 싸이 같은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입원했어야 할 수준이었겠지요.
< 산만하다, 정신이 없다, 집중을 못한다,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
→ 적극적이다, 활발하다, 창의적이다, 에너지가 넘친다.
보는 시각과 선입관에 따라 똑같은 행동이 얼마나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신과에 오는 걸 무서워하고 특히 정신과 약을 먹는 걸 극도로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ADHD가 의심될 때는 정말 빨리 약을 달라고 하십니다.
"우리 아이가 공부를 못하면 어쩌죠?"
"이걸 치료하면 머리가 좋아지는 거죠?"
"약 먹으면 얌전해지나요?"
우리 아이에게 ADHD라는 꼬리표를 다는 일은 무척 신중해야 하며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혹시 다른 것 때문에 아이가 불안하거나 힘든 건 아닌지, 부모와의 관계나 애착 형성과정에서 아이가 무언가 결핍을 느낀 것을 아닌지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물론 심각한 ADHD는 반드시 치료가 필요합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아이가 자란다고 해서 저절로 낫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ADHD를 진단하기에 앞서 아이의 마음을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다른 걱정이나 고민을 충분히 잘 들어주지 못했던 건 아닌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나라 부모들이 아이에 대한 걱정과 애정이 너무 넘치는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안타깝고 애틋한 마음이 듭니다. 아이를 향한 나의 시선이 너무 불안해져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만 더 생각해보시길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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