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 우울증에 대처하는 남편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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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 우울증에 대처하는 남편의 자세
1. 산후 우울증은 여자만 오는 것일까?
출산하는 여성중 최소 50~70%까지 산후 우울감을 경험합니다. 일시적인 감정 기복, 우울감, 슬픔과 불쾌감, 혼란 등의 이 감정은 2주 정도면 어느 정도 사그라듭니다. 하지만 전체 산모 중에서 10~15%는 이 우울감이 줄어들지 않고 6개월 이상 계속 지속되고 악화되는데 이를 산후 우울증이라 합니다.
보통 우리는 산후 우울증을 여성의 문제로 한정 지어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울증에 걸린 산모는 정상적인 육아와 가사활동이 불가능해지는데 이를 매일 마주하고 케어해야 할 당사자가 바로 남편입니다.
퇴근 후 엉망이 된 집과 방치된 아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방에서 나오지도 않는 아내. 서로에게 짜증을 내고 언성이 높아지고, 공감의 노력이 아닌 책임전가와 적막한 갈등만이 온 집안에 무겁게 깔립니다. 우울증은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전염되는 특징이 있기에 남편 역시 이를 공유하는 당사자이지요.
또한 남편들의 견해로 볼 때는 아내는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인데, 특히 결혼하고 얼마 안 돼서 출산한 경우 급격한 역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합니다. 서로를 케어해주고 소통해줘야 할 사람의 모든 에너지와 관심이 아이에게만 집중되기 때문에 이 공백과 박탈감, 외로움으로 이차적 우울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2. 남자의 산후 우울증,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많은 남편분들이 실수하시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생각입니다.
절대 그렇지 못합니다. 산후 우울증은 가장 가까운 가족인 남편의 적극적인 공감과 지지, 케어가 절대적인 병입니다. 거의 모든 여자들이 걸리니까, 자연스럽게 지나가겠지...라는 안일한 일반화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아내 이상으로 산후 우울증 증상에 대해 공부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가장 실용적인 방법으로는 가사 도우미 인력의 적극적인 활용입니다.
보통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시어머님, 장모님에게 아이의 양육을 부분적으로나마 위탁하는데 산후 우울증 상태의 아내에게 있어 이는 새로운 스트레스가 됩니다.
도우미 비용은 [부모님 용돈 + 아내가 느낄 부담과 스트레스 + 힘든 만큼 아이에게 쓸 에너지 소모 값 + 소홀한 육아로 아이가 보는 피해] 이 모든 게 포함된 금액입니다. 장기적, 경제적으로 볼 때 가급적 당분간이나마 도우미를 고용하여 일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체력적으로 내몰리지 않아야 마음도 편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엄마들에게 있어선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부부가 아이로부터 해방되어 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아이에게는 당연히 엄마, 아빠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냥 엄마, 아빠가 아니라 행복하고 건강한 엄마, 아빠가 필요합니다. 1살 이전의 아이들도 언어적, 비언어적 소통이 가능합니다. 말은 못 하지만 청각자극에 대해 이해하고, 부부 사이에 어떤 분위기가 흐르는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고성과 욕설이 오간다거나, 엄마가 우는 것에 대해 충분히 상처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아이 옆에서 함께하는 시간의 양보다 질이 중요합니다. 엄밀하게 따져서 산후 우울증에 빠진 엄마와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짜증만 내는 남편이라면 차라리 아이가 잠깐 할머니 댁에 있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3. 산후 우울증 아내에게 절대로 해선 안 되는 말
1) 당신만 애 낳아봤어? 애 놓은 게 유세야?
2) 이럴 거면 뭐하러 애 낳자고 했어?
3) 언제까지 이럴 거야?
4) 나도 진짜 힘들어.
산후 우울증에 걸린 아내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어떤 의미이냐면, 예를 들어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양다리가 전부 골절되어 장기 입원했다고 칩시다.
1) 이럴 거면 운전은 왜 해서 사고를 당해?
2) 언제까지 드러누워 있을 거야, 돈 다시 안 벌 거야?
3) 양 손은 멀쩡하잖아? 그걸로라도 일해.
4) 당신 병 수발하는 건 쉬운 줄 알아?
거기다 대고 아내가 이렇게 얘기하는 것과 완벽히 똑같습니다.
4. 임신 중 아내의 성격 변화
1) 처음에 오는 것은 신체적인 변화에 대한 혼란스러움입니다.
무거워진 몸, 오심과 구역감, 소화불량, 허리와 무릎 통증, 두통과 어지러움 등으로 인해 일상의 원치 않은 변화가 시작됩니다. 식사하는 것, 옷 입는 것, 잠자는 것에 문제가 생기지요. 즉 의식주의 균형이 다 무너지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2)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인한 감정의 기복, 민감도의 증가
에스트로겐 수치의 불균형과 섭식의 문제로 인해 세로토닌 수치가 떨어지면 감정이 쉽게 흔들리고 동요되는 상태가 됩니다. 자극에 쉽게 반응하고 사소한 나쁜 일과 스트레스에도 무척 예민한 반응을 하게 됩니다. 뇌세포의 호르몬을 주고받는 수용체가 과하게 민감해져서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순간적으로 떨어지는 결과가 생기는 것이지요.
3) 무기력감, 매사에 흥미가 없다.
세로토닌을 시작으로 도파민까지 고갈되는 상황이 생기면 모든 일에 재미가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어떤 일도 시작하기 귀찮아집니다. 집안일은 물론이고 친구들과의 대인관계, 가족과의 대화조차 조금씩 의미 없고 싫어지지요. 메마른 우물처럼 에너지가 고갈된 번아웃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4) 우울감, 의심과 공격성
앞의 단계를 거치면 필연적으로 우울감이 옵니다. 이성적인 뇌는 일시적으로 정지하고 감성적인 뇌만이 우세해져 조금만 안 좋은 일이 생겨도 급격히 침울해지고, 드라마만 봐도 눈물이 펑펑 납니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라는 생각에 자책과 후회를 하고, 자기가 한 모든 결정들, 결혼, 출산, 남편을 만난 일까지 거슬러서 후회하고, 정말 잘한 걸까, 실수가 아닐까 고민합니다.
회의적인 생각을 반복하고 되새김질하다 보면 강박적인 성향이 되어 아이의 기저귀를 갈다 소리를 지른다든지, 남편의 작은 실수에 지나친 욕설을 하기도 합니다. 공격성이 주변의 아이와 남편에게 향하게 되는 것이지요.
산후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많은 부부들에게
아내도, 남편도. 부모가 된 것은 처음이라 모든 게 어렵고 낯설고, 때론 두려울 겁니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혼란스럽고 힘든 시기일 겁니다. 아이의 울음소리로 매일 밤 수도 없이 깰 것이며, 모든 생활의 중심이 내가 아니라 아이가 되겠지요. 지칠 때마다 훌쩍 떠났던 여행, 힐링, 휴가는 꿈도 못 꿀 것이며 영화관은 고사하고 집에서 드라마 한 편 보기도 힘들 것입니다.
체력과 정신력이 고갈되는 짜증의 연속에서 가장 의지해야 할 동지는 아내와 남편입니다. 아내를 잠시 따로 친정에 보낸다거나 함께 있는 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선택하는 남편들이 있는데, 근본적인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각자가 아닌 부부가 함께 극복하고 버티는 과정에서 생긴 믿음과 신뢰가 우울감을 견디게 할 에너지와 약이 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서로가 서로의 치료자가 되어주어야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남편의 배려와 인사이트입니다.
기억하세요. 산후우울증은 아내의 병이 아니라 부부의 병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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