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증후군, 반려동물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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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로스 증후군, 반려동물 우울증
사진_픽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18%(약 3백60만 가구)가 총 천만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반려동물의 수가 늘어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인데 최근 1인 가구나 딩크족이 늘면서 수는 더욱 늘어나고 있고요.
특히 혼자 지내시는 분들께 반려동물은 가족이나 다름없지요.
아니, 때로는 사람보다 내 마음을 훨씬 잘 알고 위로해주기에 가족 이상의 유대감을 느끼는 분들이 점차 많아졌습니다.
15년 동안 함께 지낸 고양이가 죽어 너무 힘들었던 여직원 A 씨는 반려동물의 장례식을 이유로 연차를 신청했지만, 상사는 비웃으면서 이를 거절했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잘 이해를 못하시지만, 10년 이상을 함께한 개, 고양이의 죽음이 주는 상실감은 가족의 죽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심리학자 세르주 치코티는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남자들은 가까운 친구를 잃었을 때와 같은, 여자들은 자녀를 잃었을 때와 같은 고통을 느낀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반려동물이 사람과 다른 점은, 그들은 우리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내가 가난하건, 성격이 나쁘건,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건 상관없이 자기를 돌봐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조건적인 사랑과 충성심을 돌려줍니다.
갑과 을, 계산과 현실원칙이 적용되는 사회적 인간관계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부분이지요.
나의 불완전성이나 불안정에 구애되지 않고 기댈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반려동물에게 우리는 어쩌면 가족에게도 못했던 말들을 꺼냅니다.
서로의 언어는 달라도 비언어적 소통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공유할 수 있습니다.
내 아픔을, 내 속상하고 힘들었던 하루의 불만과 툴툴거림을 묵묵히 들어준다는 것.
요즘 이럴 수 있는 사람이 정말 드물고 흔치 않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반려동물에게 더 의지하고 감정을 투영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1. 아쉽게도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은 15~17년 정도로 사람보다 훨씬 짧기에 우리는 필연적인 이별을 해야만 합니다.
전염병이나, 선천적인 질병 탓에 그보다 훨씬 빠른, 예기치 못한 이별을 감당해야 할 때도 많은데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미리 이 사실에 대해 인지해야 합니다.
다만 이를 슬픔으로만 받아들이는 게 아닌 자연의 법칙임을, 수용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혼자 남겨진 슬픔보다는 함께해준 시간과 추억에 집중하고 그들의 평생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음을 감사해야 합니다.
2. 동호회나 커뮤니티 등에서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했거나 공감할 수 있는 이들과 감정을 공유해보세요.
서두르지 말고 충분히 애도의 시간을 가지면서 사용하던 물건을 천천히 정리해야 합니다.
앨범을 간직하거나, 기념비를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3. 성급하게 새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일은 지양해야 합니다.
반려 동물은 내 외로움을 충족하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충분한 애도의 기간 없이 다른 대상으로 대체하려고 하면 원래 갖고 있던 추억마저 퇴색될 수 있습니다.
특히, 집안에 어린 자녀가 있을 때 금방 새 반려동물을 들이면 아이가 죽음이나 생명에 대하여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습니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아이에게 이별과 죽음, 상실의 의미에 대해 느끼고 받아들이게 해주어야 합니다.
처음으로 맞이하는 죽음의 무게는 그만큼 아프고 오래 남는 법이니까요.
반려동물의 죽음은 단순히 개 한 마리, 고양이 한 마리가 죽은 게 아니라 관계의 상실을 의미합니다.
반려동물 산업이 단기간에 성장한 반면, 유감스럽게도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마음과 존중감은 아직 미성숙하고 부족합니다.
가족이 죽은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까지...라는 말과 시선이 반려인에게 좌절감과 상실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 이를 조심해주는 배려와 위로가 정말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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