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중독을 치료하는 다섯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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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주식 중독을 치료하는 다섯 단계
도박을 다룬 영화나 만화에서 자주 언급되는 대사가 있다.
"도박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뿐이야. 타짜가 되거나 재벌이 되거나."
타짜가 되면 도박이 아니라 직업이 되고, 재벌이 되면 돈을 웬만큼 잃는다고해도 불행해질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을 주식에 적용하면 어떨까?
고수가 되거나 재벌이 될 수 있을까? 초보인 우리들에겐 둘 다 어렵고 요원한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중독 치료의 기본 원리는 내성과 금단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다.
내성이란 동일한 물질 혹은 행위 자극으로 얻을 수 있는 쾌감이 점점 줄어들어서 더 크고 강렬한 자극을
원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처음엔 소주 한잔만 먹어도 알딸딸하던 것이, 반 병, 한 병으로 늘어나 이제는
소주 두 병을 먹어도 예전만큼 취하거나 흥분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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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을 치료할 때 정신과에서는 오피오이드 차단제라고 하는 항갈망제를 써서 인위적으로 술에 대한
생각을 차단하기도 하는데, 도박 중독이나 주식 중독을 치료할 때도 이 약물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억지로 못 하게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약물로 인한 중독의 차단은 우리 뇌가 간절히 갈구하는 것을 일시적으로 마취시켜 놓는 것에 불과한 것이기에,
효과의 유통기한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어린아이에게 게임을 못 하도록 혼낸다거나, 인터넷을 끊어버린다고 해도,
아이는 결국 어떻게 해서든지 몰래 방법을 찾고야 만다.
이것은 금단 증상 때문인데, 술, 담배, 게임, 도박, 주식 등 어떤 물질이나 행위에 중독되었다가 그것을 갑자기
끊었을 때 우리 몸이 그 물질이나 행위가 주는 쾌감과 도파민을 기대하며 부작용이 나타난다.
초조해지며 불안해서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없고, 관성이 생긴 뇌는 다른 작업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오직 주식과 도박 등 중독 행위만을 상상하고 기대한다. 손이 떨리고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식은땀이 나는 등의
자율신경계 증상도 생기고, 금단증상이 지속될 경우 불면증이나 우울증, 공황장애까지 유발될 수 있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이런 내성과 금단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1단계] 주식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취미나 중독을 찾아보자.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자극으로부터 철저히 멀어져야 하는데, 그 갈망을 해결할 수 있는 대체제를
찾아야 한다. 주식투자가 우리에게 주는 쾌감이란 결국 일을 하지 않고도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과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나오는 도파민 덕분이다.
주식에서 게임이나 쇼핑, 운동처럼 덜 위험한 것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종목을 바꿈으로써 비슷한 쾌감을
얻게 만드는 방법으로, 뇌를 속이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대안들이 주식처럼 빠르고 강한 쾌감을
지속적으로 줄 수 없다는 점이다. 섹스나 도박이 그나마 주식에 비견될 만한 도파민을 분출시키는데,
이것에 탐닉하다보면 주식보다 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를 위한 합의점으로 비교적 위험하지 않은 여러 개의 중독 행위를 한꺼번에 시도해 보는 것도 좋다.
물론 각각의 중독에는 유통기한, 시간적, 경제적, 체력적 한계가 있을 것이다.
또한 음식 중독과 운동 중독처럼 서로의 상관관계가 모순되는 경우도 있어 갈등을 빚기도 한다.
따라서 주식 중독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중독을 모두 시도해본 뒤에도 주식 생각을 떨칠 수 없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2단계] 전치, 간접 경험으로 중독을 참아보자.
도박 중독 클리닉의 정식 치료 과정 중에 환자의 갈망감과 치료 단계를 확인하고자 도박 영화를 틀어줄 때가 있다.
<타짜>나 <라운더스> 같은 영화를 감상한 뒤, "다시 도박을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진 않았느냐?"
"충동의 강도가 예전과 얼마나 달라졌느냐?" 등을 묻는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아직 치료 초기 상태의 이들은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다시 자극과 흥분을 느끼지만 치료의 중기에 접어든 사람들은 이 영화를 객관적으로 인식한다.
즉 타짜를 보면서도 조승우의 멋있음, 화끈함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저 놈 봐라? 도박하니 저렇게 쫓겨 다니고
칼도 맞고 결국 집도 없이 떠돌아다니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중독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으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경험이 축적되면 인지적 오류나 왜곡을 교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주식이나 도박을 다루는 영화, 드라마, 만화를 통한 간접 경험으로 주식을 하고 싶은 마음,
충동을 다스려보자. 중요한 것은 이 방법은 초기에는 역효과가 나기 때문에 1단계를 충분히 진행하고 나서 시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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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솔직하게 100% 오픈해보자.
1단계가 회피, 2단계가 점진적 노출이나 탈감각의 단계라고 한다면, 3단계는 나와 솔직히 마주하는 시간,
직면의 과정이다. 주식으로 손실을 본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은 자신의 실수와 손실액에 대해서 숨기거나 최소한으로
줄여서 말하는 버릇이 있다. 수치심과 자책감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 방어기전이 발동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습관이 현실과 동떨어지게 만들고 스스로를 속인다는 데 있다. 중독의 가장 큰 적은 자기합리화다.
따라서 현재 얼마나 손실을 봤는지, 대출은 얼마나 있는지 등에 대해서 친구, 가족 혹은 상담사에게 100%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부끄러운 자신과 마주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많은 용기가 필요한 작업이다.
사람은 아무리 솔직하고자 해도 정말 부끄러운 한두가지는 숨기고픈 욕구가 있다. 하지만 이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
직면은 처음 한 번이 어렵지 그 뒤부터는 훨씬 수월하다. 자신의 문제점을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은 자존감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는 증거다. 거울 앞에서 부끄러운 과거와 솔직히 마주한 순간에야 비로소 타인의 의견과 조언이 들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4단계] '다시는 주식 안해!'가 아니라 '오늘 하루만 어떻게든 참아보자!'
장기 계획이 아니라 단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다시 주식하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 손목을 걸겠다는 허황된 다짐이
아니라, 이 악물고 오늘 하루만 버텨보는 것이다. 사람의 인내심은 그리 지속적이지 않다. 하물며 중독상태에서는
절제와 인내력을 유지하기가 몇십 배로 힘이 든다. 1년 혹은 6개월간 주식을 끊겠다는 장기 목표를 세우면 우리의 뇌는
시작부터 지치고 초조해진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내가?' 하는 의구심이 인내심을 흔들어대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단기 목표로 하루하루 버티는 것을 반복해야 한다. 작은 목표지만 이를 성공했다는 성취감과 만족감이
내일을 또 버티게 해준다. 오늘은 어제보다 쉽고, 내일은 훨씬 더 수월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습관과 루틴의 마법이며
중독을 치료하는 동력이다.
[5단계] 1~4단계를 반복한다. 될 때까지 계속.
수많은 좌절과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다. 다시 1단계로 돌아가 반복한다. 100번을 실패했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는 없다. 중독 치료는 100번 실패해도, 마지막 1번, 그 한 번만 성공하면 이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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